투 구 꽃
최두석
사노라면 겪게 되는 일로
애증이 엇갈릴 때
그리하여 문득 슬퍼질 때
한바탕 사랑싸움이라도 벌일 듯한
투구의 도발적인 자태를 떠올린다
사노라면 약이 되면서 동시에
독이 되는 일 얼마나 많은가 궁리하며
머리가 아파올 때
입술이 얼얼하고 혀가 화끈거리는
투구꽃 뿌리를 씹기도 한다
조금씩 먹으면 보약이지만
많이 넣어 끓이면 사약이 되는
예전에 임금이 신하를 죽일 때 썼다는
투구꽃 뿌리를 잘게 잘라 씹으며
세상에 어떤 사랑이 독이 되는지 생각 한다
진보라의 진수라 할
아찔하게 아리따운 꽃빛을 내기 위해
뿌리는 독을 품는 것이라 짐작하며
목구멍에 계속 침을 삼키고
뜨거운 배를 움켜 지기도 한다
최두석 시인은 꽃을 추구하는 시인이다. 그의 초기 시 속의 꽃은 역사적 사건의 상징으로 나타나며 후기에 오면서 꽃은 생태적 상징으로 나타난다. 최근의 최두석 시인의 꽃은 생명 본연의 모습이어서 깨달음의 질료에 값한다.
「투구꽃」은 독상이 강한 꽃이어서 사약의 원료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 먹으면 약이 되는 꽃이기도 하다. 이처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세상 사물들의 존재 가치를 깨닫게 하려는 것이 이 시편의 작의일 것이다.
그렇다. 세상 모든 사건과 사물들은 긍정과 부정을 공유한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색깔, 진보라색을 얻기 위해 스스로는 독성을 지닐 수 밖에 없는 투구꽃은 도전적인 황홀함과 비탄의 아름다움을 공유한 꽃이기도 한 것이어서 시인의 눈을 잡아 끌었을 것이다.
약과 독, 긍정과 부정, 황홀함과 비탄스러움은 세상만사를 이루는 근원적인 구조인것을 「투구꽃」은 일깨운다.